타고나길 약한 위장으로 태어나서 매운 음식은 극혐하던 나, 며칠만에 한국 음식을 받고 정말 미친듯이 하루 3끼 매운 음식만 먹었다. 어제는 밤에 자려다 일어나서 떡볶이를 먹고, 오늘은 밀떡볶이를 한솥 가득 먹고, 저녁으로는 불닭볶음면에 마요네즈를 뿌려 김치와 먹었다. 그러나 며칠 전에 김치를 가져다 준 성필오빠는 고새 한포기를 다 먹었더랬다. 사실 처음 며칠간은 위장이 얼얼하고 싸했는데, 적응이 된 것인지 혹은 내가 매운 음식을 먹는 요령(?)이 생긴 것인지 오늘은 괜찮다. 땀이 그렇게 찔찔(?) 나지도 않고, 먹고 나니 정신이 개운하니 제대로 한국인이 된 기분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음식이란 게 이렇게까지 중요한걸까? 먹는 순간 맵긴 해도 요새 스트레스는 덜하고, 성격도 온순(?)해진 것이 느껴진다.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상황,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도 유연하게 -적어도 이전보다는-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고. 날씨 탓인가. 

 

오늘은 대표님이랑 이사님에 대해 타로카드를 봤다. 대표님은 썩 보고 싶지 않아했던 상황이라 딱해 봐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왕 카드 뽑은거 제대로 봐주었고 어찌어찌 상황은 넘어간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별로 한 게 없지만, 오늘을 계기로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어떤 믿음이 생겼고 그냥 인간적으로 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앞으로 좀 더 편하게, 그냥 정말 파트너로써 일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든다.

어제밤에 잠을 설쳤다. 사실은 설친 수준이 아니라 오전 6시가 다되어 잠들었다. 아침에 성필오빠에게 김치를 가져다 주어야 해서 11시쯤 일어나 부랴부랴 챙기고 나갔다 왔더니 몸이 완전 파김치가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런걸까? 예전에는 잠을 자지 않아서 뇌가 말을 안듣는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이제 알 것 같다.

 

일을 하는데 아예 머리가 안돌아가고 글씨가 읽히지 않고 말을 더듬고 오타가 늘었다. 집은 엉망이다. 다행히 루이스가 도와줘서 뭔가 유지는 되지만. 일단은, 지금은 씻고 잠을 자야겠다.

요 근래 장기 외주가 들어와서 열심히 작업중이다. 다행히 그쪽이 내 디자인을 많이 마음에 들어 하셔서 열심히 작업중이고, 방향성이 맞다보니 이래저래 재밌게 해볼 만한 부분도 많아보인다. 이렇게 열심히 몰입을 하면서 남친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나의 자존감도 조금은 올라간다. 단점이라면 체력이 떨어져서 생각의 질이 좀 떨어진다는 점?

 

사실 초반에는 이걸 하는게 맞나 긴가민가 했다. 작업의 마감일정이 너무 촉박하고 양도 많아서 왜 이렇게 진행되지?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는데, 클라이언트 한 명이 빠지게 되면서 일정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좋은 점이 또 있다. 다음주에 어느정도의 수입이 생기니까 식사나 무언가 구매할 때 스트레스를 좀 덜 받게 된다는 점. 금전적인 어려움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하셨는데,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어쨌거나, 믿고 안심하고 열심히 같이 작업해서 정말 좋은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초반의 나의 노파심은 그냥 노파심이었던 것으로 접어두고, 내 타로는 의외로 귀신같은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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